(2003)
영화보기라고 하기도 그렇고, 티비보기라고 하기도 그렇고, 비디오보기라고 하기도 그래서 결국 드라마로 낙찰을 보았다. 뭐, 쇼도 비슷하게 보고, 액션도 즐기고, 공포는 더욱 그렇지만, 어쨌든, 그냥 드라마 보기라고 한다.
난 내가 생각해도 영상매체를 보면서 정말 유난을 많이 떠는 것 같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앞에 보이는 인물에 동화되기도 하고, 날카로운 비평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각없는 무조건적 비판자로 돌변하기도 하면서 난리를 친다. 혼자 그럴 것이 아니라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하고, 흥분해서 삿대질을 하기도 한다. 영화 극장에서도 극의 긴장에 따라 온 몸이 움직이기 때문에 나의 커다란 머리와 육중한 몸무게는 뒷 사람의 영화 관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뒷 사람이 가만히 좀 앉아서 보라고 지적을 하면 일단 스스로를 제어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참내, 어떻게 이런 재밌는 영화를 저렇게 아무 감흥없이 가만히 앉아서 볼 수가 있지? 즐기러 온 거 아닌가?"하는 이기적인 투덜거림을 뱉어버리고 있다. 내가 앞에서 난리치니까 뒤에서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유아적인 드라마 보기는 가끔 혼자 비디오방에라도 갈라치면 스스로 혼자라는 것을 더욱 뼈저리게 깨닫게되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크게 웃어제끼면서 난리를 치다가도 문득 혼자 앉아있다는 걸 느끼면 무안하다 못해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주로 옆에 동생이나 [여자친구]가 앉아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전제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비추어보면, 또, 어느 정도는 내가 의식적으로 오바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만일 스스로 정말 즐기는 거라면 옆에 사람이 있든없든, 누군가가 맞장구를 쳐주든말든 즐길 수도 있을텐데, 역시 의식적인 오바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전에 요가를 할 때, 원장선생님이 "여러분, 자꾸 비명지르는데, 그거 진짜 아파서라기보다는 옆 사람한테 들어달라고 하는 거다. 만일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 운동기구를 이용해서 같은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때도 비명 지를 거 같냐?" 뭐 이런 말을 했는데, 나의 드라마보기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역시 난리를 치다가 선아를 보았을 때 별 반응이 없는 경우도 비슷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라도 빠지면 그냥 그 순간이 무안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전체적인 재미가 죽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옆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협조를 구할수는 없지만서도......나는 드라마를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으로 그냥 이해하고 즐기기보다는 그 텍스트를 놓고 왈가왈부하며 떠들썩하게 즐기는, 드라마 밖의 세계를 더 즐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물론 아무나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제한된 사람들과의 경험이지만 말이다.
뭐, 내가 진짜로 옆 사람 때문에 오버를 하는지,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열광 발광하면서 옆사람과 즐겁게 보는 것이 좋다. 비록 뒤에 앉은 사람은 짜증이 날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