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무리 하고, 정말 오랜만에 백수가 되었다. 끝이 (빤히) 내다보이는 백수 생활이기에 이렇게 마음 편히 백수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백수거리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오늘 오후는 사람들도 만나고, 차도 한잔 들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 꽃을 피워보아야겠다. 그리고는 어슬렁 어슬렁 산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가서 빨래 개놓고 엎드려서 한숨 자야지. 부시시한 머리카락에 물을 묻혀 슥슥 빗고는 어머님이 해주시는 김치찌게를 뚜벅뚜벅 밥에 얹으면서 배가 볼록해지도록 먹고는 또 빈둥빈둥 티비와 씨름하다 스르륵 잠들어야겠다.
어느 만화에 나오던가, 바쁜 직장 생활에 쫓기는 아들이 오랜만에 고향집에 와서 아버지와 저녁도 먹고 이야기도 하다가 문득 여쭈었다: 아버지는 이런 생활이 따분하지 않으세요?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얼마가 멋진 일이냐? 아버지와 아들은 아무말 없이 그렇게 밝은 별들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앉아있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강박관념 이상 아무것도 아닐게다. 어차피 이룰 수 없는 허상이다. 편한 마음으로 낭비되는 시간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풀어 놓아야 할 일이 닥쳤을 때 힘내서 할 수 있다는 것쯤, 누구나 겪어 보아서 아는 일이지만, 그 강박관념을 털고 마음을 편히 놓기는 참 어렵다. 어찌보면 저렇게 계획 세워서 빈둥거리는 것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의 찌끄레기가 남아서, 그 관성에 세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어찌되었든, 오늘 마음이 한가하니 좋구나.
blueroom,
today, I will let go of all the negative things
and will truly enjoy wasting my precious 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