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군가산점위헌결정 & 전원책 변호사 만세!에서 더블 트랙백]
한국에서는 TV토론도 하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전원책 변호사라는 사람은 말 시원시원하게 해서 뜨는 모양이고... 많은 남자들은 군가산점제 부활에 찬성하는 모양인데... 나는 원칙적으로 군대에서 복무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한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군가산점에는 반대한다. 뭐, 원칙에 찬성하는 이유는 전에 살짝 언급했고, 반대하는 "논리"라면 트랙백한 글에 정리되어있으니 생략하고...
내가 아는 헌법 교수님이 99년 결정에 참가했던 헌법재판관 내지는 헌법 연구관에게서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재판관들도, 연구관들도 직접 자료를 보기 전 사건의 요약만 보고는 별별 사건이 다 올라왔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군대갔다 온 것을 온전히 보상해주지는 못할 망정 7급, 9급 공무원 시험에서 그깟 가산점 좀 주는 게 무슨 문제냐고, 당연히 합헌이라고 생각하면서 논의를 가볍게 시작했다는군. 그러나, 그 가산점 2점의 효과라는 것을 보고는 다들 쇼크를 먹었는지, 위헌쪽으로 확 몰렸다고 한다. 왜냐고? 잘 기억도 안 나고, 정확한 숫자를 찾아보기는 귀찮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7급, 9급 공무원 시험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합격점수가 대략 97, 98점인데, 거기서 2점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
사람들은 "2"라는 숫자가 가지는 가벼운 무게에 휘둘려서 그 가산점의 엄청난 효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전원책 변호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2년 더 공부하면 2점쯤 쉽게 따라잡을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그게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그 정도 기준에서 1점, 2점은 하늘과 땅차이다. 100점 만점 시험에 커트라인이 97점, 98점이라면, 2점을 더 얻는 사람은 99점, 100점을 받는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치고 수많은 시험을 치루어본 우리들, 모두 다 알고 있다. 시험치는 날의 컨디션, 날씨, 전날 수면 시간, 꿈, 아침식사, 배변여부에 따라 휘둘릴 수 있는 점수 1, 2점에 목숨걸어야 하는 우리네 인생의 슬픈 현실을... 그리 쉽게 휘둘릴 수 있는 점수 1점 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99점 받은 사람에게 가산점 2점을 주어 만점인 100점보다 더 높은 101점을 주면서, 그래도 99점까지는 붙었으니, 2년 더 공부한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건 어째 치사하다, 안 그런가?
물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치사함이 극히 소수의 사람들, 그것도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만을 상대로만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7급, 9급 공무원 시험의 실제 점수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고, 별로 찾아볼 여력도 없지만, 단언컨대 1점, 2점의 효력이라는 것은 5급 공무원 시험인 사시, 행시보다 강력하면 강력했지 절대 못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시, 행시, 외시에는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7급, 9급 공무원 시험에서만 그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일까? 합격선이 80점 앞뒤라는 사시야 말로 2년 더 공부하면 1점, 2점 올리는 게 쉬운 시험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그래, 군대에 대한 보상은 해주어야 한다. 좋다. 그런데, 그 보상이라는 것을 하려면 다른 누군가가 대가를 치루고 희생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들 대신 시험에서 떨어지고, 누군가는 그들 대신 돈을 더 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사회전체가 그들에 대한 보상을 하기로 하면, 되도록 많은 사람이 그 짐을 나누어 가지고, 되도록 많은 군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맞다. 그런데, 7급,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는 소수의 여성, 장애인, 미필자들이 그 짐을 떠안고, 또한 극히 일부인 군필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양쪽으로 삐딱한 이 가산점 제도를 내세우면서 군필자에 대한 대우 어쩌고 하는 것,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쉽게 생각해보자. 왜 5급 공무원 시험에서는 그런 발상이 안 나오는지. 5급 시험을 준비하는 미필자들, 여성, 장애인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 모집단이 더 많이 겹치고, 그들의 분노를 더욱 강력하게 표출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는" 이들의 힘이 7급,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는 이들보다 강력하고, 그들의 반발이 더 거세고, 그들을 논리적으로/윤리적으로/법적으로 설득 내지는 굴복시키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비겁하게 굴복하면서 7급,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여성, 장애인, 미필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같은 이유로, 사시, 행시, 외시에서 멈추는 것도 이상하다. 왜 모든 공사로 확대하지 않는가? 왜 모든 국공립 대학 입학과정에 특별 전형을 두지 않는가? 왜 가산점을 주지 않는가? 왜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할인해주지 않는가? 왜 범위를 사립학교, 사기업에까지 확대하지 않는가? 왜냐고? 이 분야들은 7급, 9급 공무원 시험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는 혜택을 마다하면서 극히 소수에만 해당되는 시험에서 극히 소수를 희생시키면서 군필자를 우대하는 것처럼 가산점제도를 선전하는 것은, 비겁하다 못해 치사하기까지 하다.
만약 "국가라도 그들의 희생을 인정하고 간접적으로라도, 상징적으로라도 보상해주겠다"는 논리가 정당하다면, 왜 유독 그런 논리를 사회의 더욱 중요한 분야에서는 누그러뜨리는 걸까? 안 그래도 시원찮고 찝찝한 군가산점제도, 이렇게 가려가면서 주고, 약한 사람만 더 속터지고, 가진 자들은 비용 부담도 않으면서 큰소리치는 게 아니꼽다. 자기네 아들들 군대도 안 보내는 국회의원, 부자들이 군가산점 찬성한다고 열내고 군필자 표 끌어모아보려고 하는 거, 그리고 그런 제스츄어에 표가 움직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차피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데, 굳이 그 범위를 가리면서 약한 사람만 더 차별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적용 안 되는 이따위 군가산점, 눈가리고 아웅이다.
끝으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원책 변호사의 "세계사적으로 볼때 군정과 세정이 무너진 나라는 다 망해버립니다. 군정이 설려면 제대 군인에게 대우 제도를 해줘야되요."라는 말에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제대 군인에게 대우를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 가산점 제도입니다."라는 말은 위험하다. 가산점제도는 제대 군인을 속이고, 그들의 표를 긁어모으는 동시에, 군대 안 간 있는 집 자식들을 피난시키는 절묘한 역할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룸,
착찹한...
한국에서는 TV토론도 하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전원책 변호사라는 사람은 말 시원시원하게 해서 뜨는 모양이고... 많은 남자들은 군가산점제 부활에 찬성하는 모양인데... 나는 원칙적으로 군대에서 복무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한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군가산점에는 반대한다. 뭐, 원칙에 찬성하는 이유는 전에 살짝 언급했고, 반대하는 "논리"라면 트랙백한 글에 정리되어있으니 생략하고...
내가 아는 헌법 교수님이 99년 결정에 참가했던 헌법재판관 내지는 헌법 연구관에게서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재판관들도, 연구관들도 직접 자료를 보기 전 사건의 요약만 보고는 별별 사건이 다 올라왔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군대갔다 온 것을 온전히 보상해주지는 못할 망정 7급, 9급 공무원 시험에서 그깟 가산점 좀 주는 게 무슨 문제냐고, 당연히 합헌이라고 생각하면서 논의를 가볍게 시작했다는군. 그러나, 그 가산점 2점의 효과라는 것을 보고는 다들 쇼크를 먹었는지, 위헌쪽으로 확 몰렸다고 한다. 왜냐고? 잘 기억도 안 나고, 정확한 숫자를 찾아보기는 귀찮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7급, 9급 공무원 시험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합격점수가 대략 97, 98점인데, 거기서 2점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
사람들은 "2"라는 숫자가 가지는 가벼운 무게에 휘둘려서 그 가산점의 엄청난 효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전원책 변호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2년 더 공부하면 2점쯤 쉽게 따라잡을 수 있지 않냐고 하는데, 그게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그 정도 기준에서 1점, 2점은 하늘과 땅차이다. 100점 만점 시험에 커트라인이 97점, 98점이라면, 2점을 더 얻는 사람은 99점, 100점을 받는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치고 수많은 시험을 치루어본 우리들, 모두 다 알고 있다. 시험치는 날의 컨디션, 날씨, 전날 수면 시간, 꿈, 아침식사, 배변여부에 따라 휘둘릴 수 있는 점수 1, 2점에 목숨걸어야 하는 우리네 인생의 슬픈 현실을... 그리 쉽게 휘둘릴 수 있는 점수 1점 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99점 받은 사람에게 가산점 2점을 주어 만점인 100점보다 더 높은 101점을 주면서, 그래도 99점까지는 붙었으니, 2년 더 공부한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건 어째 치사하다, 안 그런가?
물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치사함이 극히 소수의 사람들, 그것도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만을 상대로만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7급, 9급 공무원 시험의 실제 점수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고, 별로 찾아볼 여력도 없지만, 단언컨대 1점, 2점의 효력이라는 것은 5급 공무원 시험인 사시, 행시보다 강력하면 강력했지 절대 못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시, 행시, 외시에는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7급, 9급 공무원 시험에서만 그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일까? 합격선이 80점 앞뒤라는 사시야 말로 2년 더 공부하면 1점, 2점 올리는 게 쉬운 시험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그래, 군대에 대한 보상은 해주어야 한다. 좋다. 그런데, 그 보상이라는 것을 하려면 다른 누군가가 대가를 치루고 희생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들 대신 시험에서 떨어지고, 누군가는 그들 대신 돈을 더 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사회전체가 그들에 대한 보상을 하기로 하면, 되도록 많은 사람이 그 짐을 나누어 가지고, 되도록 많은 군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맞다. 그런데, 7급,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는 소수의 여성, 장애인, 미필자들이 그 짐을 떠안고, 또한 극히 일부인 군필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양쪽으로 삐딱한 이 가산점 제도를 내세우면서 군필자에 대한 대우 어쩌고 하는 것,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쉽게 생각해보자. 왜 5급 공무원 시험에서는 그런 발상이 안 나오는지. 5급 시험을 준비하는 미필자들, 여성, 장애인들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 모집단이 더 많이 겹치고, 그들의 분노를 더욱 강력하게 표출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는" 이들의 힘이 7급,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는 이들보다 강력하고, 그들의 반발이 더 거세고, 그들을 논리적으로/윤리적으로/법적으로 설득 내지는 굴복시키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비겁하게 굴복하면서 7급,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여성, 장애인, 미필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같은 이유로, 사시, 행시, 외시에서 멈추는 것도 이상하다. 왜 모든 공사로 확대하지 않는가? 왜 모든 국공립 대학 입학과정에 특별 전형을 두지 않는가? 왜 가산점을 주지 않는가? 왜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할인해주지 않는가? 왜 범위를 사립학교, 사기업에까지 확대하지 않는가? 왜냐고? 이 분야들은 7급, 9급 공무원 시험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는 혜택을 마다하면서 극히 소수에만 해당되는 시험에서 극히 소수를 희생시키면서 군필자를 우대하는 것처럼 가산점제도를 선전하는 것은, 비겁하다 못해 치사하기까지 하다.
만약 "국가라도 그들의 희생을 인정하고 간접적으로라도, 상징적으로라도 보상해주겠다"는 논리가 정당하다면, 왜 유독 그런 논리를 사회의 더욱 중요한 분야에서는 누그러뜨리는 걸까? 안 그래도 시원찮고 찝찝한 군가산점제도, 이렇게 가려가면서 주고, 약한 사람만 더 속터지고, 가진 자들은 비용 부담도 않으면서 큰소리치는 게 아니꼽다. 자기네 아들들 군대도 안 보내는 국회의원, 부자들이 군가산점 찬성한다고 열내고 군필자 표 끌어모아보려고 하는 거, 그리고 그런 제스츄어에 표가 움직인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차피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데, 굳이 그 범위를 가리면서 약한 사람만 더 차별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적용 안 되는 이따위 군가산점, 눈가리고 아웅이다.
끝으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원책 변호사의 "세계사적으로 볼때 군정과 세정이 무너진 나라는 다 망해버립니다. 군정이 설려면 제대 군인에게 대우 제도를 해줘야되요."라는 말에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제대 군인에게 대우를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 가산점 제도입니다."라는 말은 위험하다. 가산점제도는 제대 군인을 속이고, 그들의 표를 긁어모으는 동시에, 군대 안 간 있는 집 자식들을 피난시키는 절묘한 역할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룸,
착찹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