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취집?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 중 상당 수가 "취집"(=결혼하여 전업주부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취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절반에 가까운 49.1%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 편안하게 살고 싶어서’를 택했다. ‘자신이 선택한 인생이기 때문에’(21.1%), ‘취업준비만 하다가 결혼적령기를 놓칠 것 같아서’(7%), ‘사회생활보다 가정이 먼저이기 때문에’(5.3%) 등의 답변도 있었다."  ㅡ기사 중

어찌 생각하면 홀로 서기가 어려운 세상에 쉽게 기생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품는 것 같아 못마땅하기도 하고, 도대체 결혼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씁쓸하기도 하다. 또 다른 한편으론, 취업 단계에서부터 성차별을 경험하면서 모진 자본주의 바람에 답답한 소리를 하려니 생각하니 안쓰럽고, 집안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저런 속편한 소리를 하나 싶기도 하고, 저렇게 별 생각없이 시작하는 전업주부의 길, 30, 40년 뒤에 돌아보면서 무슨 보람이 있을까, 얼마나 가슴아픈 후회가 될까 쓸데없는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나, 역시 취직이 안 되면 취집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 스스로 자신의 삶에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생각이 깔려있지 싶어서 괘씸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건 왜일까? 취직이든, 취집이든, 개인의 선택이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그저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적당히 살고, 쇼핑 다니면서 친구들과의 수다로 인생을 채워가는 것은 그저 만만한 숙주에 기생하는 삶이요,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고 감히 항변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아 기르든, 자신의 속깊은 글을 쓰든, 봉사활동을 하든, 순수하게 소비적인 삶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생산하는 삶을 살아야 인간으로 값어치를 한다는 내 입장은 너무 고리타분한 것인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배우자를 만나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그네들이 다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시작하더라도 삶이라는 것은 그네들 생각대로 흘러가지도 않을 테지만, 자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지도 모르는 일, 그 선택의 기로에 있어서 남성보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옵션을 가진 그녀들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좀더 깊은 생각을 하기를 바라는 내 마음, 너무 큰 욕심인가? 그저, "그 많던 여학생들 어디로 갔나"보다 좀더 미시적인 차원에서, 개인의 삶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선택의 문제에 대해, 가사노동, 전업주부, 그리고 사회적 생산에 대해 페미니즘은 과연 어떤 답을 주어야 하는 걸까?


블루룸,
아무래도 전업주부에 관한 글을 제대로 써야 생각이 정리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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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room | 2007/06/25 04:38 | Trapez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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