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기득권?

[....남자의 기득권이란 대체 뭘까? & 내가 했던 남녀차별.에서 더블 트랙백]

바로 앞 글을 써서 올리다보니 메인에 남성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 무엇이냐, 그리고 그 기득권에 뒤따르는 의무가 싫다, 스스로 버리고 싶다, 남자고 여자고 그런 게 따라 붙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라는 요지의 글이 올라왔다. 약간 까칠한 글쓴이의 표현을 제껴놓고 생각하자면 대략 맞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의무를 강제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똑같은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누구에게 의무를 강제해서는 안된다.

달리 적자면,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의 입장에서 억압 받는 것 못지 않게 남성에게 강요되는 억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어찌보면 그것이 동전의 양면일 수밖에 없다. 여성에게 "여자니까 직장 관두고 집안일 해라."라고 말하는 것의 이면에는 "남자새끼가 지 마누라랑 새끼 먹여살릴 능력은 돼야지."가 깔려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IMF가 터져서 수많은 남성들이 직장에서 쫓겨 났을 때, 그들은 그들의 아내에게 가서 그들이 어려운 처지라는 것, 함께 해쳐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털어놓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양복을 입고 공원으로, 오락실로 출근을 했던 것이다. 여성으로서 직장생활을 평등하게 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짝과 함께 결혼생활을 책임지고, 함께 경제적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남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억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그리고 인간이 남자/여자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지 싶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글을 쓴 분처럼 내가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 뭐냐, 나는 그런 거 안 누려봤다, 이렇게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싶다. 우선, 일전에 여우비님이 쓴 글
과, 거기 달린 수많은 슬픈 답글들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그런 폭력에서 자유로운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깨달아야 하고, 덧붙여 
권혁범 교수님이 자신이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적은 글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에 더해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기득권을 거부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짧게 적어볼까 한다.

뭐, 쉬운, 그리고 흔한 예로, 아이가 생겨서 남/녀 둘 중 하나가 육아에 전념하고, 다른 한쪽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을 보자.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부부가 합의하여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아 돈 많이 버는 쪽이 계속 일을 하고, 돈 적게 버는 쪽이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고 치자. 십중 팔구는 여자가 그만둘 것이다. 왜? 사회적으로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임금보다 낮게 책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객/관/적/인/" 기준에서 우리의 문제를 결정한 것이고, 만약 내가 적게 벌었다면 내가 일을 그만두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의 반만 보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진심으로 가사에 참여하고, 자신의 직장을 그만둘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나와 나의 아내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그 "개/인/적/인/" 문제해결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넒게 보면, 성과급이니, 연봉제니 하는 것들도 그렇다. 분명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보다 많이 버는 일이 있고, 그들의 성공으로 남녀 평등이라는 건 능력없는 여성들을 떼쓰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성과라는 기준이 얼마나 남성적인지 깨닫는다면, 우리 사회를 도대체 얼마나 깊이서부터 뜯어고쳐야 할 지 겁나는 게 사실이다. 뭐, 간단한 예로, 남자들이 "아, 여자도 우리처럼 맨날 야근하고, 죽도록 일하고, 영업하느라 술마시고 그래봐. 다들 진급하고, 돈도 우리만큼 받지. 우리가 불평할 거 같애?" 이런다 치자. 이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고,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런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사람만이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준 자체가 남성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마치, 여자들이 "애 낳는 사람 가산점 100점씩 주자." 이렇게 말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런 게 생물학적으로 애시당초 불가능한 남자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게다. 그러나 개중 발달된 의료기술 덕에 아이 둘 씩 낳은 남자가 있다고, 그 남자도 할 수 있으니, 너도 해보라고 하면, 난 차라리 그 회사 그만둔다. (이런 소리하면 또 한 쪽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겠지. 그게 세상이라고, 그렇게 힘든 세상이니, 남자들이 맡고, 여자들은 집안일 하면 되지 않냐고... 여기까지 가면 정말 말이 길어진다. 스스로 생각해보라, 왜 그런 세상에 살고 싶은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살고 싶은지.)

이렇게 근본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사회제도와 가치판단 안에서 여성은 대부분의 경우 약자이기 마련이고, 남성의 문제를 쳐다볼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하다. 자기가 지금 당장 성희롱 당하고, 월급 적게 받고, 진급도 못하고, 짤리고 있는데, 남성이 안고 있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문제에 신경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이 지금 당장 당하는 불합리한 대우, 차별, 설움을 뻔히 보면서 "나도 내가 누리는 이 기득권이 싫어"라고 말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 남성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가사노동을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위해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게 함께 노력하는 안에서 자신의 기득권도 "버려지는" 것이고, 그에 딸린 불합리한 의무도 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여성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남성에 대한 억압도 깨뜨려가야 한다. 페미니스트이기 위해서는 먼저 인권운동가여야 하고, 자본주의를 꿰뚫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몸으로 실천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선뜻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좌파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다.


블루룸,
아, 내가 글 쓰고, 내가 블루해...


덧붙임) 자고 일어났더니 역시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글이 두 편이나!
스누피님의
카더라 통신은 말고.와 inly님의 뭐, 덧글을 달아달라고 하셨지만.

덧글2) 그건 그렇고 왜 내 글은 아무도 추천을 안 해주는 걸까? -_-;;;
by blueroom | 2007/06/21 03:30 | Trapeze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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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6/21 04:43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이제 20살된 녀석입니다만 그 세월이 그냥 흘러간건 아닌 모양인지 알게 모르게 남성으로서 여성을 보는 잘못된 관념들이 있더군요.(이건 주로 가치판단의 문제이겠습니다만) 다만 관념이나 사고가 변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념이 자리잡기전에) 사회제도가 우선 바뀌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보다 어린 사람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고 또한 저를 포함한 기존의 가치관을 지닌 사람도 서서히나마 고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사람이 스스로 변하기란 참 어렵지않습니까;;;)

물론 그러한 과정에 수많은 진통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이오공감 등에서 벌어지는 남녀 논쟁들이 꼭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지금보다 좀더 나아지기위해 겪는 일종의 성장통의 하나로 여기기 때문이죠~^^
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6/21 04:57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성과 남성사이의 임금격차가 자본주의가 보는 남녀의 가치평가에서 비롯된 것 같군요. 여성을 저가치평가한다고 해야되나... 자본주의가 원래 가부장제 배경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p.s 이렇게 보면 잘못된 가치관에서 잘못된 사회제도가 났다는건데;;; 꼭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애기 같네요..ㄱ- 제가 아직 사유[思惟] 능력이 많이 부족한듯;;;
Commented by blueroom at 2007/06/21 05:03
달걀을 삶아먹고, 닭을 튀겨먹을 사람들에게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어떤 게 달걀이고 어떤 게 닭인지, 어느 것을 먼저 잡고, 어떻게 요리할지가 중요하지요. 저는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이지만, 아직 자본주의에 어느 정도 선을 그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저 자신이 그 수혜자에 가까운 입장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6/21 05:18
사실 저도 자본주의의 수혜자지요..;;; 제가 표현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가 잘못되었다 라기 보다 지금의 자본주의(특히 한국에서)가 지니는 잘못된 특성 중 하나가 아닌가 라 생각한 겁니다. 또, blueroom 님 말씀처럼 어떻게 요리할지가 중요하겠지요.(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뜻;;;) 덕분에 많은 걸 배우게 됬습니다, 감사합니다(꾸벅).
Commented by lakie at 2007/06/21 13:35
applause~!!
저기 원 글을 보면서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잘 정리 안되던걸 정말 멋지게 써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득권이라는 단어는 조금 미묘합니다만. 계단 가득한 지하철역을 멀쩡히 잘 다니는 사람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것을 느끼기가 어려운 법이지요.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고 그때서야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고 그래서 지금에 와서야 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경사로 들을 설치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런 노력들이 완전한 평등을 위한 것이 아닐런지 생각합니다.
남녀문제는 장애인의 그것보다 좀 덜 절박해보이고 많은 부분 자본주의의 논리에 지배받아서 더 어려운것 같습니다. 여사원 뽑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는 큰 회사들에도 아직 수유실 또는 휴게실이 갖춰진 곳이 거의 없는데, 고용주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비용이 되는 문제이므로.
갈길이 멀지만 낚시와 싸움 가운데서도 이야기 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Commented by blueroom at 2007/06/21 21:17
그럼요,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것도, 스스로 정리하는 것도 많아지지요. ^^;;
Commented at 2007/06/22 12: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room at 2007/06/22 12:25
앗, 글 링크는 수정했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창을 두세개 띄워놓고 쓰다보니... 쩝, 민망합니다. 어찌되었든, 여우비님께서 몸소 찾아주시니 영광입니다. 몇 분이나 이곳을 거쳐 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 ^^;;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6/22 14:25
밸리 돌다가 왔습니다. '좀 아니지 싶다'라고 하신 부분에 대해 간단히 답하지요.
한가지 불쾌한 점이 있어 다소 공격적으로 나가게 될듯 하니 양해 바랍니다
일방적인 통고가 되는 점에 대해선 사과 드리겠습니다

첫 문단에 쓰신거... 바로 그 내용 그대로입니다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제가 불편한 감정을 느낀 부분은 왜 그런 부분을
여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시하느냐 입니다
그런 기본적인 부분부터 지켜지지 않던데요?
다수라고는 볼 수 없지만 남성이기 때문에 가지는 사회적 기득권, 개인적 기득권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도 있고 저처럼 규정된 성역할 강요를 거부하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성별상 같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득권을 누리면서 차별을 가하는 것으로 싸잡히기" 싫습니다.
"잠재적 성범죄자 공범으로 여겨지는 것" 역시 불쾌합니다.
여성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지 이성적으로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론 불쾌감을 떨칠 수가 없군요.
제가 말하고 싶은건 남성의 문제에 "신경써라"가 아닙니다
까칠하지만 "이해해줄 필요는 없으니 그런게 있다는걸 알기는 해라"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거부하고

"그걸 우리가 왜 알아야 하냐 우리가 당하는건 안되지만
니네가 당하는건 당연한거고 그건 우리 알바가 아니다
근데 니들은 우리가 당하는걸 무조건 알아줘야 한다"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게 짜증나는겁니다
더불어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게 "일부 여성"으로 보기도 힘들더군요
당장 이글루 내에서도 상당히 보기 힘들었습니다
남녀를 가리기 이전에 "같은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말하시는 분은
지금까지도 채 10명이 안되더군요 제가 초기 이오 투기장 사태에서부터 봐온
"확실한 여성분(본인이 밝힌)"은 대략 100여명이 넘는데 말입니다
비로그인 덧글이거나 혹은 여성분으로 추정은 되지만 확실히 밝히지 않은분
까지 포함한다면 50여명 정도가 더 늘더군요
네. 뭐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왜그런지 이해는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적 납득은 힘들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이유야 어찌됐건 그런 태도로 나오면서
무조건 니들이 먼저 알아라라고 나온다면 과연 그게 먹힐까요?
글쎄요... 무시나 공격을 안당하면 다행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강자고 약자고 남자고 여자고 그런 편가르기를 떠나서
"난 이거 싫다 그러니까 나에게 강요하지 마라"로 끝나는게 아니라
"근데 내가 이걸로 너한테 강요하는건 당연한거거던?" 이런식이면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감정적 공감도, 납득시키는 일도 불가능합니다
그걸 말하고 싶은겁니다
저 역시 그런 좋은 인간성 가진 사람이 못되는 지라 대화를 거부하고
닥치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쪽엔 똑같은 대접밖에 돌려줄게 없습니다
더불어서...여우비님의 글 역시 읽었고 공감했습니다만
....제가 남성이라서 폭력에서 벗어난 적은 없군요
여성의 신체적인 면에 기인한 성범죄성 폭력을 당한적은 없습니다만...


그리고 불쾌했던 점이 이것인데 어느새 슬쩍 전제를 하시고 있습니다만 다시 말합니다
아직 다른 트랙백을 읽지않은 상태이니 그점은 양지해주시기 바라고
(밸리 돌던 중이라 지금 이걸 최초로 읽고 있습니다...)(
어느새 제가 "나도 내가 누리는 이 기득권이 싫어"라고 말한것 처럼 되는군요
적어도 제가 인식하는 한도내에서 제 개인적으로 "남성이기에 누린 기득권"은 없습니다
비겁해서 무척이나 죄송하군요
가사노동?...스스로 책임지고 있습니다만? 좀 있으면 10년 되겠군요
전면적으로 완전히 전담하게 되기 이전에 사소하게 하던것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15년 되겠습니다. 사회적인 기득권? 얼마 안되는 사회경험 하면서 느낀 그것들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누리기 싫어서 집에서 일하면서 가사일 하고 살고 있는게
저라는 인간입니다.
하긴 여성의 인권을 위한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건 아니긴 하군요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라는 개인의 성향이 더 중요했을 뿐이니까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건 당연히 동의합니다만
그러기 위해선 양자의 대화를 통한 쌍방의 입장, 인식, 사고방식등에 대한
이해가 먼저 뒤따라야 할것이고 그게 안된다면 공허한 울림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쪽에서 볼 때는 남성은 "무관심&공격당하는 것에 대한 발끈"
여성은 "닥치고 공격&대화 거부"를 선택하는 부류가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Commented by blueroom at 2007/06/23 10:42
직접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답하자면, 여전히 개인적으로 "남성이기에 누린 기득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포인트를 약간 비껴나간다는 것이 제 글의 요지입니다. 자꾸 노예제에 대하게 되는데, 노예들이 해방시켜달라고, 인간 대접해 달라고 투쟁하고 있는데, 옆에서 "나는 노예 없어. 그리고 사실, 너희 저임금 때문에, 내가 농사짓는 건 제값도 못 받아. 나도 노예제 싫기는 하지만, 너희도 내 입장을 이해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닥치고 공격 & 대화 거부"는 가부장제와 마초 만큼이나 폭력적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보기만 해도 분노가 일고 함께 싸워주고 싶은 제 입장에서는, 그냥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그래, 니네 중에도 그릇이 작은 인간들은 있구나. 내가 양보해주마, 한심하다." 하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저도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폭력성에 기가 찼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도대체 얼마나 당한 게 많고, 맺힌 게 많으면 저렇게 꽉 막혔을까 싶어서 그냥 허허거리고 넘어갔습니다. 이제는 주로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만 접촉하는 편이지요.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지만, 꼬투리를 잡으면서 큰 일을 피하는 것,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도록 설정된 "시스템 자체"에 대해 언급을 피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기득권을 누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 원칙에 대한 예외를 찾아내는 것이 비겁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 생각에 비겁하다는 것이지, 사회변화에 어떤 형식으로 어느 정도로 참여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이고, 보기에 따라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요. 여기에는 그저 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니, 그런 생각도 있구나 하셔도 제가 왈가왈부하지는 않겠습니다.
Commented by 7080 at 2007/11/06 02:49
IMF때 정리해고 1순위가 기혼,미혼남성이 아닌
기혼여성이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장을 잃은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겠지요.


Commented by shiry at 2008/02/18 09:32
지나가던 사람입니다.. 댓글을 보다가 슬쩍 참견하고 싶어져서.. ^^

"왜 그런 부분을 여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시하느냐 입니다."

대학 다닐때 교양 수업으로 여성학 수업을 들었는데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페미니즘이 단순한 여성운동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꿔 나가야 한다는걸 그때 안거죠.. '그런 부분을 여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시'하는게 아니라,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걸 모르고 있는것이 아닐까요.

적어도 저는, 여자가 '여자니까' 겪어야 하는 많은 불합리한 점 뒤에 남자가 '남자니까' 겪는 많은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걸 알고 있거든요.. ^^ 함께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겠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건 어떨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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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문님께는, 멋대로 댓글에 댓글을 달아서 죄송하다는 말 먼저 전하고 ^^;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저런 문제들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제 머리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어서 후련하네요.. ^^ 성차별 문제가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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