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앞둔 S군과 Y양에게...
결혼 축하해. S군의 처가 될 분도, Y양의 남편이 될 분도 직접 만나뵌 적은 없지만, 둘다 좋은 사람들 만났으리라 믿어. 뭐, 결혼 겨우 3년 먼저 했으면서 선배 흉내 내자는 건 아니고, 그냥, 선후배, 친구 사이라고는 하지만 너희들이랑 이런 심각한 얘기는 별로 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서, 주변에 있는 여러 커플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해서, 내 스스로도 다시 한 번 다짐할 겸 결혼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적어둔다. (이렇게 하고도 정작 너희한테는 좀 뻘줌해서 그냥 이 블로그 주소만 알려주고 알아서 읽어주기를 바라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특이한 사람들이 세상을 삐딱하게 해석하는 궤변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로서 페미니즘을 이해하면 또 꼭 그렇지도 않아.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라는 건 결국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두 가지 원칙에 비추어보아서 세상 사람들이 "원칙"이니, "관습"이니 이름붙여 놓은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배짱을 키우라는 것이야.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원칙들을 생각해봐. 남자는 가정의 우두머리로서 가족의 부양을 책임져야 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잘 보필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 남자는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고, 남자 아이는 남자답게, 여자 아이는 여자답게 키워야 하지. 하지만, 이런 지극히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사실은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이고,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이다.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고,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어. 그리고 이 생각은, 너희들도 사실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획일적인 남성상, 여성상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인간적이지 못한 거야. 남성적이다, 여성적이다는 말을 굉장히 추상적으로 쓰면서 사람들을 한 가지 틀로 재단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 이런 "상식"의 폐해지. 누군가 그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삶을 살면, 그 사람의 선택을,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기보다 먼저 "왜 결혼 안 하냐", "애는 언제 낳을거냐", "당연히 남자/여자가 할 일이다" 하면서 그 정형을 강요하는 것, 그것이 야만이 아니고 뭐겠니.
그런 야만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다시 원칙에서부터 생각하는 게 중요해. 남자고 여자이기 전에 너희와 너희 짝은 한 인간으로 만나는 거야. 그리고 한 인간으로 존중해야 하는 거야.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정해져 있다고, 그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너희와 앞으로 너희의 배우자가 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거라고 믿기 전에, 과연 그 당연하게 보이는 일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 예를 들면, 많은 남자들이 결혼하면서 여자가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건 상대방을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보는 입장이야. 어떻게 아냐고? 상대방이 남자라고 생각해보면 간단해. 남자 둘이 한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어.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설거지, 빨래, 청소를 부탁하면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나? 마찬가지로, 여자끼리 그럴 수 있나? 아닐거야. 아마 고민하면서 부탁하거나, 처음부터 일을 분담하겠지.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면서 각자 해결할테고.
듣기 싫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중에 거슬리는 말이 바로 "아내에게 참 잘해준다"는 말이야. 처음에는 으쓱할지 모르지만, 이 말도 은근히 답답해. 왜냐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사실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거든. 생각해봐. 우리 어머니들 중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내와 여자친구들 중에 누가 남편 밥해준다고 남편한테 "참 잘해준다"는 말을 듣겠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참 잘해준다"는 말을 쓰지 않아. 바로 그 전제 때문에 내가 불편한 거야. 내가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은, 내가 아내에게 잘해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건 바로 그 일들이 내가 해야만하는 일들이기 때문이야. 우리가 입은 옷을 우리가 빨고, 우리가 사는 집을 우리가 청소하고, 우리가 먹을 음식을 우리가 요리하고, 그 설거지를 우리가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 그걸 여자가 하면 당연한 일이고, 남자가 하면 "여자에게 잘 해준다"고 말하면, 남자를 참 염치없는 종족으로 만드는 거야, 안그래? 정말 아내에게 잘해주려면, 그런 당연한 것들 말고, 무언가가 더 필요한 것이지.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둘이 그냥 계약관계로 이건 니가 할 일, 저건 내가 할 일, 이렇게 목록을 다 정해놓아야 하냐고? 그건 나도 몰라. 너희가 너희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랑 상의해서 정해야지. 그리고, 사실, 누가 뭘 하든지 무슨 상관이야?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 되지, 안그래? 내가 한 번 밥했다고 네가 한 번 청소로 갚아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사는 것 자체가 결혼은 커녕 사랑이 아니지 않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자신이 바라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인간으로서" 예의를 갖추고 진지하게 물어보라는 거야. 무턱대고 이건 남자가 해야할 일, 저건 여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하면서 상대방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건, 그냥 싸가지 없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
무언가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요구하는 게 사실은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지 너희들은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예의를 지켜야 하고 존중해야할 자신의 평생친구에게 그런 잘못을 아무렇지도 않게 범할까 걱정이 되네. 그냥,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도 그런 일을 저질러버리는 게 너무 비일비재 해서, 친구로서 너희에게 경고해두는 거야.
블루룸,
너희의 결혼을 마음 깊이서부터 축하하며...
** 2007년 11월 6일, 이글루스 돌아다니다가 트랙백할만한 글들을 발견해서 추가!
비혼권장
자신의 결점은 못보고 남자의 결점만 보는 한국여성들...
결혼할 분들
결혼 축하해. S군의 처가 될 분도, Y양의 남편이 될 분도 직접 만나뵌 적은 없지만, 둘다 좋은 사람들 만났으리라 믿어. 뭐, 결혼 겨우 3년 먼저 했으면서 선배 흉내 내자는 건 아니고, 그냥, 선후배, 친구 사이라고는 하지만 너희들이랑 이런 심각한 얘기는 별로 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서, 주변에 있는 여러 커플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해서, 내 스스로도 다시 한 번 다짐할 겸 결혼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적어둔다. (이렇게 하고도 정작 너희한테는 좀 뻘줌해서 그냥 이 블로그 주소만 알려주고 알아서 읽어주기를 바라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특이한 사람들이 세상을 삐딱하게 해석하는 궤변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로서 페미니즘을 이해하면 또 꼭 그렇지도 않아.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라는 건 결국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두 가지 원칙에 비추어보아서 세상 사람들이 "원칙"이니, "관습"이니 이름붙여 놓은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의 배짱을 키우라는 것이야.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원칙들을 생각해봐. 남자는 가정의 우두머리로서 가족의 부양을 책임져야 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잘 보필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 남자는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고, 남자 아이는 남자답게, 여자 아이는 여자답게 키워야 하지. 하지만, 이런 지극히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사실은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이고,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이다.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고,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어. 그리고 이 생각은, 너희들도 사실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획일적인 남성상, 여성상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인간적이지 못한 거야. 남성적이다, 여성적이다는 말을 굉장히 추상적으로 쓰면서 사람들을 한 가지 틀로 재단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 이런 "상식"의 폐해지. 누군가 그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삶을 살면, 그 사람의 선택을,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기보다 먼저 "왜 결혼 안 하냐", "애는 언제 낳을거냐", "당연히 남자/여자가 할 일이다" 하면서 그 정형을 강요하는 것, 그것이 야만이 아니고 뭐겠니.
그런 야만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다시 원칙에서부터 생각하는 게 중요해. 남자고 여자이기 전에 너희와 너희 짝은 한 인간으로 만나는 거야. 그리고 한 인간으로 존중해야 하는 거야.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정해져 있다고, 그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너희와 앞으로 너희의 배우자가 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거라고 믿기 전에, 과연 그 당연하게 보이는 일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 예를 들면, 많은 남자들이 결혼하면서 여자가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건 상대방을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보는 입장이야. 어떻게 아냐고? 상대방이 남자라고 생각해보면 간단해. 남자 둘이 한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어.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설거지, 빨래, 청소를 부탁하면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나? 마찬가지로, 여자끼리 그럴 수 있나? 아닐거야. 아마 고민하면서 부탁하거나, 처음부터 일을 분담하겠지.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면서 각자 해결할테고.
듣기 싫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중에 거슬리는 말이 바로 "아내에게 참 잘해준다"는 말이야. 처음에는 으쓱할지 모르지만, 이 말도 은근히 답답해. 왜냐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사실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거든. 생각해봐. 우리 어머니들 중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내와 여자친구들 중에 누가 남편 밥해준다고 남편한테 "참 잘해준다"는 말을 듣겠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참 잘해준다"는 말을 쓰지 않아. 바로 그 전제 때문에 내가 불편한 거야. 내가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은, 내가 아내에게 잘해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건 바로 그 일들이 내가 해야만하는 일들이기 때문이야. 우리가 입은 옷을 우리가 빨고, 우리가 사는 집을 우리가 청소하고, 우리가 먹을 음식을 우리가 요리하고, 그 설거지를 우리가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잖아? 그걸 여자가 하면 당연한 일이고, 남자가 하면 "여자에게 잘 해준다"고 말하면, 남자를 참 염치없는 종족으로 만드는 거야, 안그래? 정말 아내에게 잘해주려면, 그런 당연한 것들 말고, 무언가가 더 필요한 것이지.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둘이 그냥 계약관계로 이건 니가 할 일, 저건 내가 할 일, 이렇게 목록을 다 정해놓아야 하냐고? 그건 나도 몰라. 너희가 너희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랑 상의해서 정해야지. 그리고, 사실, 누가 뭘 하든지 무슨 상관이야?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 되지, 안그래? 내가 한 번 밥했다고 네가 한 번 청소로 갚아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사는 것 자체가 결혼은 커녕 사랑이 아니지 않겠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자신이 바라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인간으로서" 예의를 갖추고 진지하게 물어보라는 거야. 무턱대고 이건 남자가 해야할 일, 저건 여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하면서 상대방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건, 그냥 싸가지 없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
무언가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요구하는 게 사실은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지 너희들은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예의를 지켜야 하고 존중해야할 자신의 평생친구에게 그런 잘못을 아무렇지도 않게 범할까 걱정이 되네. 그냥,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도 그런 일을 저질러버리는 게 너무 비일비재 해서, 친구로서 너희에게 경고해두는 거야.
블루룸,
너희의 결혼을 마음 깊이서부터 축하하며...
** 2007년 11월 6일, 이글루스 돌아다니다가 트랙백할만한 글들을 발견해서 추가!
비혼권장
자신의 결점은 못보고 남자의 결점만 보는 한국여성들...
결혼할 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