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맨하탄 촛불집회가 지난 토요일 오후였으니,
벌써 꼬박 이틀이 지났다.

결국은 폭력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에
집회를 향하는 길, 집회에 앉아있는 동안,
그리고 돌아와서도 마음이 내내 좋지 않았다.

조촐하고 소심한 집회,
내가 그토록 용기를 내어 했던 발언을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기억할까, 이들은 왜 나왔을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더운 여름밤을 지나보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오해가 두려워 말을 아끼는 것은 쓸데없는 걱정일까.

나는 누구를 규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반성하기 위해 나왔노라고,
당신들도 그래야한다고 외치는 오바를 하지 못한 건,
확신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분위기를 깨기 싫었던 것인지도...

일요일 아침,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서,
한층 더 더워진 공기를 헤집고 아점을 먹으러 갔다.

아점을 먹으며 우리는 우리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금의 부끄러움과, 조금의 정당성과, 조금의 자위를 안고,
슬픈 의경의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혁명을 이야기하는 스무살짜리 여자애 같은 이의 블로그에 들어가
나와 그가 함께 후한 점수를 주는 블로그에서 그가 읽는 것들과
내가 읽는 것들 사이의 알듯 모를듯 묘한 경계를 새겼다.

그 사이 한국에선 이명박 대통령은 마음을 다잡고
정면돌파를 준비하는 것 같고,
촛불시위도 폭력사태의 홍역을 앓고 한풀 꺾인듯,
혹은 다시 스스로를 추스리는 듯도 보인다.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길고 뚜렷한 동선을 그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한 번 패배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패배는,
유리컵 속의 모래처럼
우리 마음 속 깊이서부터
차곡차곡, 분명하게 쌓여갈 거다.
유리컵을 깨뜨리기 전엔 흩어버릴 수 없는,
그런 모래처럼 말이다.

그렇게,
느껴진다.

불안하다.
그리하여 불안한 나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당신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고.

"이 앨범의 유일한 단점은 짧다는 거야"라고
유쾌하고 단호하게 그를 사랑하는 그녀가 있는 나는
폭력과, 민주주의와, 알 수 없는 "국민"의 정체와, 지구온난화를
모두 잊고 행복하게 웃으며 잠들 수 있을 것도 같다.


블루룸,
슬픔을 거의 느낄 수 있는...

by blueroom | 2008/06/10 12:02 | Confidant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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