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러분의 배후가 되어드리겠습니다.

회사에서 땡땡이를 치며 이곳저곳 게시판을 기웃거리고, 사진을 보고, 동영상을 검색하면서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등이 쌔해집니다. 한국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만, 돈을 조금 보내는 것 말고는 어찌할 수가 없네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곧 시위를 한다하니 참석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몫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광우병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과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워낙 민감한 문제인만큼 100% 이성적/과학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국민과 대화하기보다는 국민을 "교육"시키고 얼렁뚱땅 덮어서 넘어가려고 하는 수준 이하의 성과주의에 속이 상했던 차에, 모인 사람들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남탓하고,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모욕하고, 배후를 찾고, 심지어는 폭력 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우리 2MB께서 10년만 돌린 게 아니라 20년, 30년을 돌려버린 듯 합니다. 그 사이에 산업은행 민영화니, 수도 민영화니, 대운하 강행이니 하는 것을 보니 정신을 못 차린 정도가 아니라, 더 마음을 다잡고 끝장을 보려는 것 같아서 무서울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그래, 그런 사람 대통령 뽑아놨으니 국민들 잘못이고,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업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따위 때문에 스무살 먹은 아이가 실명위기라는 둥, 누구는 갈비뼈가 부러져서 중태라는 둥 하니까, 정말 마음이 먹먹하고 머리가 띵합니다. 그 실명위기라는 아이 본인이나 가족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마음이 무너지겠습니까... 설마하면서 집을 나섰다가 경찰에 맞아 병원에 입원한 그 시민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움에 몸서리를 쳤겠습니까. 그깟 이명박이 뭐 그리 잘났다고, 쇠고기 먹는 게 뭐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고, 대운하 파서 경제 망하는 게 무슨 대수라고, 어린 아이들이, 선량한 시민들이 그렇게 멀쩡한 몸 다치고, 순진한 마음을 공포에 떨어야 한답니까.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하여, 오늘부터 제 블로그의 제목을 "촛불시위 배후자의 블로그"로 바꾸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죄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머니께 "아들이 지금 서울 있었으면 며느리랑 동생 데리고 나갔을 거예요. 엄마, 아들 생각해서 산책 겸해서 나가시든지, 기도 열심히 해주세요." 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께는 그렇게 강하게 말씀 못 드린 게 안타까울 뿐이고요. 기껏해야 동아일보 끊겠다는 약조 받는 게 다입니다. 오늘 저녁에 다시 전화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김밥 값 따위밖에 보태드리지 못해 속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과 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촛불 하나하나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글을 마무리 짓는 지금, 지난 주말부터 며칠 동안 한숨만 쉬고 참아오던 눈물이 흐릅니다. 서럽고 안타까운 이 마음, 글로 다 쓸 재주가 없습니다. 회사가 아니라면 아내를 끌어안고 서러워서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제가 여러분의 배후가 되어드리겠습니다. 한국 국적도 잃었고, 한국에 살고 있지도 않지만, 제가 마음으로나마 그 배후세력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지치지 말고, 안전하게 따뜻하게 하루하루 버텨 나가세요.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



멀리 타국에서,
블루룸이 두 손과 온 마음을 모아 드리는 글입니다.
by blueroom | 2008/06/03 05:0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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