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을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는 경제적 능력이 법조시장의 진입장벽이 된다는 점이다. 학비만 1년에 최소 천만원, 많게는 2천만원 안팎이 될 제도 안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시장 진입을 꿈도 꾸지 못하고 돌아서게 된다. 또 한가지 강력한 반대 논거는 법률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변호사 수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법률 서비스의 가격이 오히려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장학 제도의 운영을 인가의 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장학제도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시장 진입장벽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에 비추어 두 주장을 검토한다.
우선 한해 일반 입학생의 수업료를 1500만원, 입학정원을 150명으로 가정하자. 15명의 가난한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 위해서는 나머지 135명이 167만원씩 더 부담하여야 한다. 등록금이 11% 인상되는 것이다. 30명의 전액장학생을 두기 위해서는 나머지 120명이 1인당 375만원 (25%) 인상된 등록금을 내야 한다. 내 생각에는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만약 어차피 돈이 많은 이들과 돈이 적은 이들로 양분하여 계산한다면,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대가로 등록금 11-25% 인상은 오히려 파격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80-90%에 한해서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으므로, 제도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도 아니다.
이 80-90%에 대응하는 예비법조인에 중산층을 얼마나 잘 투영할 수 있는가가 장학제도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 하나의 방법은, 등록금을 더 올리고,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잘 사는 30%가 나머지 70%의 교육을 책임지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보수적인 나에게는 너무 급진적인 방법이며, 실제로 이런 형식으로 시행될 리가 만무하므로 더 이상 계산하지 않고 폐기한다.
두번째 방법은 학교와 국가가 나서서 저리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경우 저소득층 신입생에게는 국가가 1800만원, 학교에서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안팎까지 지원을 하여 적어도 수업료를 충당할 정도를 지원해준다 (미국의 사립학교 로스쿨의 경우 연등록금이 3500만원 내외이다.). 이자는 재학기간 중에는 붙지 않고, 졸업 후부터 3-6% 내외의 저리로 계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저리 대출을 시행한다면 시장 진입장벽을 둘러싼 경제적 능력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면 법률가 양성 가격이 높아져서 법률 서비스의 가격이 높아진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반박할 수 있다. 전액장학금으로 양성한 법률가에게는 그만큼 경제적 압박이 적고, 그만큼 어려운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물론 사람 마음이 꼭 그렇게 움직이는 게 아닌 것이, 가난하고 어려울 수록 형편이 좋아지면 그 옛날로 돌아갈까 걱정에 더 악착같이 모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형편이 넉넉하여 로스쿨 등록금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 이 두가지가 상쇄될 수 있다고 보고, 적어도 법률서비스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필연적인 것은 아님을 짚어 둔다. 더 나아가서, 이 메카니즘을 이용하여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재학 중에 저리로 대출을 한 이후,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이자율과 원금을 달리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미국 일부 로스쿨에서는 정부기관 혹은 저소득층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졸업생들의 채무를 학교가 대신 갚아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정말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적어도 돈 때문에 그런 일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시장 진입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두 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첫째는 장학금을 "필요한" 이들에게 준다는 생각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여야 한다. 한국의 많은 장학금은 "공부를 잘하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등록금이 백 몇 십만원에서 2백만원 안팎을 헤아리는 국립대의 경우 이 원칙은 그 함의가 적다. 그러나 3년간 몇천만원을 투자해야 하는 로스쿨 제도에서는 이러한 원칙은 너무나 잔인한 결과를 낳고, 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는 주춧돌이 될 뿐이다. 공부를 잘하는 이들은 어차피 좋은 회사에서 돈 많이 받고 일할 수 있고, 만약 돈 안되는 일을 하고 싶다면 돈을 빌려서 나중에 학교가 갚아주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서 제도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장학금 제도라는 것 자체에 대한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한국의 현재 국립대의 재정상태나, 사학들의 학교를 단순한 기업 내지는 투자로 인식하는 태도에서는 이런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얼마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인가 기준을 설정하느냐가 제도 운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겠다.
둘째로 필요한 것은 당연히 "돈"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창의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하며, 학자가 아닌 사업가 기질로 로스쿨을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물론 여기서 사업가라 함은 이윤추구에 목숨을 건다는 뜻이 아니라, 경영에 있어 유연해야 하고, 정치적인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출연자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마련하여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학생을 직접 지원하는 것 외에도, 학교 운영비용을 분담하여 등록금을 원천적으로 낮추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교실 하나하나에 대형 로펌 혹은 개인 출연자의 이름을 붙이는 대신 그 관리비를 받는다든지, (일부) 교수 임금을 충당하는 재단을 설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전체 장학금이나 위에 언급한 저리 대출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모든 방법을 써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다. 특히나 졸업생들이 경제적 능력을 갖추어 모교의 장학 제도 운영에 기여를 하기 전까지인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10년 안팎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 그 사이에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공고화되어 이후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금전적 희생을 해야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일단 그렇게 굳어진 제도 하에서는 다시 새로운 장학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학교 및 졸업생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반면 가시적 효과가 적어 점점 어려워 질 것이다. 물론 기업과 학교 재단 등의 "사회적 책임"이나 "이미지"에 기대볼 수는 있다. 어쩌면 학교들 간의 이미지 쇄신 내지 학생 유치 경쟁의 일환으로 장학금 제도가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일단 초기 10년 정도 로스쿨이 건강하게 살아남는 경우 가능한 것이고, 이런 장기 투자가 얼마나 이루어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현재 시행되는 제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적은 비용이긴 하지만, 그 비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경제적 능력에 따른 진입장벽을 조절할 메카니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만약 이런 식으로 법률시장 진입장벽을 높이는 경제적 요인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곧 진입장벽을 더욱 낮추는 쪽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현재의 고시제도가 비록 완전경쟁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앞서 글에서 지적한 대로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0이 아닌 이상, 그리고 장기간의,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미 "노무현 신화"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를 시행하고, 선발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평가하지 않고, 제대로 된 장학제도를 정착시킬 수만 있다면 일부 예비법조인에게는 현재 시행되는 사법시험제도보다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고, 건강하게 살아남는다면,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들도 상당할 것이다. 우선 현재 아름다운재단, 법률구조공단 등이 부담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법률서비스 비용 일부가 장학금 혹은 학자금 융자 형태로 로스쿨 재단, 학생, 장학금 출연자들에게로 이전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와 비슷한 성격의 법무법인 및 법률지원단체가 늘어날 발판을 만들 수도 있다. 둘째로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게 되어 법학 연구에 투자되는 금액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다양한 법학을 더욱 깊이있게 연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법률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법률가들이 보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가가 많아질수록 사법부와 그에 관련된 법조계의 폐쇄적인 사회가 아닌,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기업과 일반인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력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고, 그만큼 법치와 생활이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논점은 다음 글로 미루어 좀더 쓰도록 한다.
요는, 로스쿨은 분명 경제적 진입장벽을 굳건히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바로 로스쿨 제도의 단점이자 장점이 갈리는 지점이라는 점이다. 결국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운용, 그리고 제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철학에 달린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마무리글에서 이야기한다.
블루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