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와 버펫

어제 하릴없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펫이 후줄근한 복장으로 나란히 앉아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부자 축에 드는 두 사람이 (적어도 미국에서는 대략 순위권) 나와서 어설픈 대학생들의 유치한 질문에 웃으며 답하는 여유와 그 당당함에 반하였고, 소탈한 표정으로 자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귀여웠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너무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며 미국의 세법이 얼마나 가진 자들에 유리한지 비판을 펴는 그들의 마음가짐이 부러웠다. 투자 결정을 할 때 법의 잣대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지를 묻도록 한다는 버펫의 회사운영 방식도 그의 소탈한 미소와 잘 어울렸지만, 무엇보다 그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따뜻했다. 프로그램 끄트머리에 한 학생이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버펫이 말하기를, 죽을 때가 가까웠을 때 자기가 진정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success"라 하였는데, 그 얘기하는 눈이 참 착하고 순수하더라.

미국 부자라고 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니고, 기부도 눈가리고 아웅으로 하는 사람들이 쌓여 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런 멋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것도 부의 피라미드 제일 꼭대기에!) 참 다르다 싶었다. 태평양 이쪽 저쪽 할 것 없이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고, 그 정도도 더 심해지고 있지만, 좀더 가지고 있는 이들의 마음가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걸 보면, 이쪽과 저쪽의 희망이라는 건, 그야말로 태평양 너비의 간극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보는 내내 자꾸 이건희의 그 딱딱한 무표정이 떠올라서 짠했다.

성공으로, 선진화로, 미국식으로 달려만 가는 우리네가 진정 배워야 할 것은 이런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게이츠와 버펫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은 그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돈을 멋지게 쓰기 때문이라는 것, 영어를 잘 하게 될 한국의 아이들이 정말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 이런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영어 듣기 능력이 되어도, 그 능력을 키우느라 저런 내용을 받아들일 여유를 잃을까 무서운 요즘이다.


블루룸,
확인해보니 2005년 가을에 찍은 것.
그런데, 또 그 DVD를 판매하더군.
배송비는 따로라서 더욱 낭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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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room | 2008/02/17 20:01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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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2/1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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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2/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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